암흑같은 99/00, 00/01 시즌 도중 네덜란드 국가대표로써 마지막 대회인 유로2000에서 큰활약을 펼치지 못한채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99년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기록한 골이 그의 마지막 네덜란드 국가대표로써의 마지막 득점이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영국과 유럽을 호령하던 세번의 시즌을 거쳐 맞이한 01/02 시즌 아스날은 시즌 마지막 한경기를 남겨둔 상태에서 올드 트레포드로의 원정에서 맨유를 꺾으며 맨유가 가지고 있던 리그 타이틀을 탈환해왔고 두 시즌 연속 준우승의 한을 풀었다. 베르캄프는 46경기 출전 14득점을 했고 이 시즌부터 티에리 앙리와 투톱을 이루며 아스날 영혼의 짝이라 불리기 시작한 시즌이 되었고 앙리는 49경기 출전 32득점으로 아스날 입단 이후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또한 이 시즌에 10년이 넘은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베르캄프의 최고의 골이 만들어진 시즌이기도 했다.
2002년 3월 뉴캐슬 유나이티드(이하 뉴캐슬)와의 리그 경기. 경기 초반 뉴캐슬의 빡빡한 수비에 경기가 풀리지 않던 상황, 등번호 7번을 배번 받으며 한껏 기대감을 가지게 했던 프랑스의 로베르 피레가 페널티박스 가운데에서 수비수의 등을 지고 있던 베르캄프에게 왼쪽에서 대각선으로 패스를 주었고 이 패스를 받은 베르캄프는 환상적인 두 번의 터치로 뉴캐슬의 골망을 흔들어 놓았다. 이 골이 터진 순간 중계하던 캐스터와 해설 위원은 말을 잇지 못했고 모든 팬들 뿐만 아니라 당시 피치 위 모든 이들의 넋을 나가게 했다.
이 골을 보고 당시 뉴캐슬의 감독이였던 보비 롭슨 경은 이렇게 말했다.
"그 실점에 대해 누구에게도 비난할 수는 없을거다. 단지 베르캄프가 만든 아름다운 저 골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베르캄프 커리어 중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최고의 골
최고의 골을 기록한 이 시즌에는 이 글의 제목과 같이 비행기 공포증을 가지고 있던 베르캄프에 대해 공개적으로 벵거가 언급하기도 했다. 베르캄프의 비행기 공포증은 1994년 미국 월드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네덜란드 국가대표팀이 타고 가던 비행기의 엔진이 고장났고 이 상황에서 동승한 어느 저널리스트가 누군가 가방에 폭탄이 있다며 농담을 했지만 엔진이 고장난 줄 모르고 있던 베르캄프는 그 말을 듣고 공황상태에 빠졌고 이후 단 한번도 비행기를 타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영국에서 바다를 건너가는 챔피언스 리그 등의 원정경기에는 자가 차량을 운전하여 이동하거나 배를 타는 등 웃지 못할 해프닝을 만들곤 했다. 리옹과의 챔피언스 리그 원정 경기를 위해 프랑스로 자가용으로 이동해야만 하는 베르캄프때문에 답답해하던 벵거가 인터뷰를 통해 베르캄프의 비행기 공포증에 대해 이야기하며 말하지 못할 답답함을 호소한 것이다.
다시 아스날이 정상을 탈환하고 맞이한 02/03 시즌에는 옥스퍼드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한 FA컵 경기에서 아스날에서의 통산 100번째 골을 터뜨리며 기념비적인 시즌으로 기록됐다. 이 시즌부터 베르캄프는 득점보다 어시스트에 집중하며 소위 말하는 '쉐도우 스트라이커'로써의 역할을 소화하며 앙리의 득점에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리고 이때부터 베르캄프에게 따라붙은 별명이 바로 '쉐도우 스트라이커의 교과서' 였다.
베르캄프는 아스날에서만 166개라는 경이로운 어시스트 기록을 세웠고 이 중 대부분의 어시스트는 앙리와의 호흡을 본격적으로 맞추기 시작한 01/02 시즌부터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쉐도우 스트라이커로써의 역할에 충실했다.(다섯번의 시즌동안 37득점뿐이었다.)
뒤이은 03/04 시즌에는 아스날의 무패 우승이라는 놀라운 기록이 탄생했다. 이 무패 우승에 베르캄프 또한 많은 기여를 했고 특히 레스터와의 리그 마지막 라운드에서 1대0으로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당시 주장이였던 패트릭 비에이라의 골에 결정적인 패스를 연결하며 어시스트를 만들어냈고 많은 언론들이 의구심을 품던 무패 우승이라는 기록에 화룡정점을 찍었다.
무패 우승의 기록은 계속되어 04/05 시즌까지 이어져 49경기 무패의 신기록으로 이어졌다.
새로이 맞은 05/06 시즌 아스날의 홈 스타디움으로 사용되던 하이버리에서의 마지막 시즌을 기념하여 저지 또한 하이버리의 이미지와 맞게 디자인되어 이 시즌에만 입게 되었다. 그리고 37세를 맞이한 05/06 시즌을 끝으로 베르캄프가 현역을 은퇴할 것을 선언했고 이에 하이버리에서의 마지막 경기인 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온전이 있던 2006년 4월 15일을 '베르캄프의 날'로 지정하여 그를 기념했다.
그리고 시즌이 끝나고 2006년 7월 22일 아스날의 새 홈 스타디움인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개장 기념과 함께 베르캄프의 은퇴를 기념하는 경기가 열렸다. 베르캄프의 아버지, 아들이 함께 시축하며 경기를 시작했다. 전반전은 현재 아스날과 아약스 소속으로 뛰고 있는 선수들이, 후반전에는 전 아스날, 아약스 소속이였던 선수들이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펼쳤다. 결과는 2대1 아스날의 승리로 끝이 났다.
경기가 종료한 뒤 베르캄프를 위한 은퇴식이 거행됐고 베르캄프의 많은 옛 동료들의 갈채를 받으며 피치를 떠났다.
최고의 테크니션 데니스 베르캄프를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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